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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걸작 돈키호테, 스페인의 변화와 세르반테스 인생의 변화 본문
그는 감옥 안에서 자신이 처한 현실로 인해 괴로워했을 것이다. 이러한 스페인의 변화와 세르반테스 인생의 변화는 그의 머릿속에서 지극히 이중적인 모습으로 결합되어 『돈키호테』라는 세기의 걸작을 낳게 한 것이다. 『돈키호테』는 ‘정신분열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14) 과거에 대한 집착으로 이상향만을 바라보는 주인공 돈 키호테의 광기와 지극히 현실적으로 물질적인 대가만을 생각하는 산초 판사의 모습은 당시 사회와 세르반테스 자신의 삶의 이중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다. 이는 너무나도 상이한 두 세대를 격렬히 겪은 세르반테스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세르반테스 시대의 에스파냐는 매우 상반된 두 가지 분위기 에 휩싸여 있었다. 그 시대의 에스파냐 인들은 두 개의 연속된 세대를 살았으면서도, 앞 세대와 뒤 세대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아버지 세대는 놀라울 정도의 확신과 영웅적 긴장감과 열광적인 로망스의 분위기를 산출한 공통의 경험을 갖고 있었 다. 반면 아들 세대는 아버지 세대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겪었 고 따라서 상이한 분위기에 젖어 있었다. 그들이 겪은 체험이 라곤 패배와 실망과 환멸뿐이었다. 냉소적 리얼리즘, 그리고 피동성과 공허함에 빠져들었다. 세르반테스의 삶은 두 세대에 걸쳐 있었다. 그 자신이 직접 아버지 세대의 영웅주의와 아들 세대의 환멸을 체험한 바 있었다.15) 지난 세대의 영광과 승리를 맛보았기에 세르반테스는 자신이 현재 처해있는 14) 위의 책, 476쪽 15) 위의 책, 477쪽 - 10 - 그 세대의 좌절을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그는 출세를 하 고자 하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던 사람이었다. 군인으로서의 길을 택한 것이 나, 궁정에 진출하기 위해 돈 후안 아우스트리아나 세사 공작에게 추천서를 받은 것 등을 통해서 그의 이러한 출세욕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세르반테 스는 포로로 잡혀 있는 동안에 펠리페 왕의 비서에게 알제리 정복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위대한 왕이시여, 그대는 수많은 야만인들을 노예로 만드시 고, 심지어 인도의 흑인들로부터도 조공을 받으셨습니다. 그러 하거늘 어찌하여 저 비천한 자들의 저항을 용납하신단 말입니 까? 아, 그대는 용맹스런 선왕께서 시작하신 일을 완성시킬 수 없단 말입니까?”16) 그러나 그 시대는 더 이상 카를로스 5세의 모험과 영광이 가득한 시기가 아 니었다. 전쟁과 정복, 모험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영광과 좌절의 극적인 경험을 한 세르반테스는 사회에 대한 환멸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그 동안 자신이 그렇게 수없이 읽고, 듣고, 사랑했던 기사의 이야 기들과 무용담들이 모두 거짓이며 부질없는 것이라 생각되었을 것이다. 이렇 게 급변한 사회는 이전 세대의 희망을 갖고자 하는 세르반테스를 받아들이지 않고, 절벽으로 내몰았다. 그의 이상과 가치관, 그리고 생각들은 이제 더 이상 현실적인, 실현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과거의 영광을 좇는 일은 미친 짓일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집필함으로써 주인공 돈 키호테의 ‘광기’라는 장치를 통해 좌절된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전 세대의 유물인 기사소설이 그 가치를 잃고, 사람들(특히 돈 키호테) 로 하여금 이성을 잃게 만들고, 허황된 꿈, 즉 광기를 갖게 하는 무용지물이 16) 위의 책, 487쪽 - 11 - 되어버렸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세르반테스는 이와 같이 자신이 품고 있던 생각을 작품 속에 반영시키는 것 을 넘어 직접적으로 스스로의 모습을 『돈키호테』 속에서 언급하며 자신의 인생을 그 안에 육화하고 있다. 그러한 모습이 1권 6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 신부와 이발사는 돈 키호테의 책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작품을 직접 언급하고 있다. -La Galatea, de Miguel de Cervantes -dijo el barbero. -Mucho años ha que es grande amigo mio ese Cervantes, y sé que es más versado en desdichas que en versos. Su libro tiene algo de buena invención ; propone algo, y no concluye nada: es menester esperar la segunda parte que promete ; quizá con la emienda alcanzará del todo la misericordia que ahora se le niega; y entre tanto que esto se ve, tenedle recluso en vuestra posada, señor compadre.17)(Ⅰ, pp.120-121)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갈라테아』입니다.” 이발사가 말했 다. “오랜 동안 그 세르반테스는 제 친한 친구입니다. 제가 알기 로 그는 시보다는 불행에 더 많은 경험을 쌓은 자이지요. 그의 책은 기발한 창작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를 제안 하고는 아무런 결론을 맺지 못하죠. 약속한 제 2권을 기다릴 17) Miguel de Cervantes, El Ingenioso Hidalgo Don Quijote de la Mancha, Ed. Luis Andrés Murillo, Editorial Castalia, 1987. 이후 『돈키호테』1권에 대한 모든 작품 인용은 Luis Andrés Murillo의 핀집본에 근거한 것이다. Ⅰ, Ⅱ는 각각 『돈키호테』1권과 2권을 의미한다. 본문 번역은 모 두 필자에 의한 것임을 밝힌다. - 12 -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도 수정을 하면 지금은 거부당하고 있는 자비심을 얻게 되겠지요. 그러는 동안 당신의 방에 유폐해 놓 으세요, 친구여.” 세르반테스는 그의 작품과 더불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격동의 시기 라 할 수 있는 포로생활의 이야기도 작품 속에서 묘사하고 있다. Sólo libró bien con él un soldado español llamado tal de Saavedra, el cual, con haber hecho cosas que quedarán en la memoria de aquellas gentes por muchos años, y todas por alcanzar libertad, jamás le dio palo, ni se lo mandó dar, ni le dijo mala palabra; y por la menor cosa de muchas que hizo temíamos todos que había de ser empalado, y así lo temió él más de una vez; y si no fuera porque el tiempo no da lugar, yo dijera ahora algo de lo que este soldado hizo, que fuera parte para enterteneros y admiraros harto mejor que con el cuento de mi historia.(Ⅰ, p.486) 오직 사아베드라인가로 불린 한 스페인 병사만이 그것을 벗 어날 수 있었는데, 그는 그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동안 기억에 남을 많은 일들을 했습니다. 그 모든 일들은 자유를 얻기 위한 것으로 그는 결코 맞은 적도 없고, 그에게 때리라고 명령한 적 도 나쁜 말을 그에게 한 적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가 했던 많 은 일 중 가장 사소한 일로 인해 그가 찔려 죽지는 않을까 걱 - 13 - 정했고, 그도 마찬가지로 여러 번 그것을 걱정했습니다. 만약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면 이 병사가 한 일에 대해 지 금 이야기를 했을 텐데요. 그 이야기는 제 이야기보다 훨씬 더 여러분들을 즐겁게 하고 놀라게 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이렇게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속에서 격동적인 역사와 사회의 변화로 자신이 겪은 현실을 투명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한 『돈키호테』가 지닌 자기반영성이란 것이 어떠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이어지는 장에서 우선 그와 관련된 이론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 14 - Ⅲ. 소설의 자기반영성이란 무엇인가? 자기반영성 이론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에 앞서 리얼리즘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리얼리즘은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을 통해 그것이 현실 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환영 속에 빠지게 함으로써 그 미학적 목적과 완성을 이룬다. 자기반영성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끼고, 그 한계점에 염증과 환멸을 느꼈기에 반환영주의로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리얼 리즘의 환영성에 대해 먼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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