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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르 쥬네트의 상호텍스트성, 독자의 경험과 텍스트 독해 본문
그 어떤 텍스 트도 다른 텍스트들에 대한 독자의 경험과 동떨어져 독해될 수 없다.62) 독자 에게 익숙하지 않은 텍스트 안에서는 독자는 그 기호를 잡아낼 수 없어 작가 61) ibid., p.446 62) 로버트 스탬, 앞의 책, 55쪽 - 40 - 가 이끌고자 하는 의미를 파악할 수가 없다. 이 상호텍스트성을 제라르 쥬네트(Gerard Genette)는 자신의 저서 『양피 지 Palimpsestes』에서 더욱 세분화하여 나누고 있다. 그는 텍스트의 교류 관 계를 다섯 가지로 상정하였다. 첫째가 ‘상호텍스트성’으로 이것은 크리스테바 의 ‘상호텍스트성’보다 제한적인 것으로 두 텍스트가 인용, 표절, 언급의 형태 를 통해 공존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둘째는 ‘부속적 텍스트성’으로 한 문학 작품 정체 속에서 텍스트 본문과 부속텍스트 -제목, 머리말, 속표지, 표제어, 도안 및 책 장정과 작가의 친필 서명-간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셋째는 ‘메 타 텍스트성’으로 한 텍스트가 다른 텍스트에 대해 논평을 가하는 것이다. 넷 째는 ‘텍스트 전형성’인데, 이것은 어떤 텍스트의 제목이나 부제에 의해 시사 또는 부인되는 장르의 분류를 말한다. 쥬네트는 제목이라는 하나의 작은 텍스 트를 통해 텍스트 전체가 그 장르를 드러냄과 동시에 자기 지칭을 부정하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이자 스탬이 쥬네트의 범주 가운데 가장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주장하는 것은 ‘하이퍼텍스트성’이다. ‘하이퍼텍스트’라고 일컬을 수 있는 한 텍스트와 이것이 변형시키고 수정을 가하고 정교화하고 혹은 확장 시키는 기존의 텍스트, 즉 ‘하이포텍스트(hypotext)와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 다. 스탬은 이와 관련해 ’모든 문학 텍스트는 다른 텍스트들을 떠올리게 한다 는 의미에서 하이퍼텍스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63) 루마니아의 문학가 미르치아 엘리아데(Mircea Eliade)는 자신의 작품 『백 년의 시간 Le Temps d' un Centenaire』(1981)에서 위의 이론과 같은 맥락 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매일 도서관에 가서 수많은 책과 오래된 잡지 모음집 의 열람을 신청했다. 주의 깊게 문헌을 뒤지고 메모하고 서지 를 작성했지만, 모든 작업은 위장술에 불과했다. 그는 처음 몇 줄을 읽자마자 무슨 내용이 이어질지를 그냥 ‘알았다’. 기억 63) 위의 책, 58-63쪽 - 41 - 회복 과정(그는 그렇게 불렀다.)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자기 앞에 그 어떤 글이 있더라도, 내용을 알고 싶으면 그 순 간에 바로 ‘안다’는 것을 발견했다.64) 이 작품의 주인공은 독서를 통해 엄청난 양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지식을 이용해 자신의 저서를 집필하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고, 결국 에는 저서를 미완성인 채로 남겨둔다. 결국 도서관과 같은 그의 머리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책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이전의 수많은 책과 이야기가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학이란 이전의 문학들의 흔적을 따라가고, 인용하 고, 필사하는 것이기에 어떠한 책을 읽던 그는 그 내용을 다 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기존의 리얼리즘을 깨고자 자기의식적이고, 자기반영적인 소설들은 차단이나 상호텍스트성 등의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자기반영성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는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 지 다 음 장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64) 미르치아 엘리아데, 『백년의 시간』, 기영인 역, 문학에디션 뿔, 2010, 88쪽 - 42 - Ⅳ. 『돈키호테』와 자기반영성 지금까지 필자는 리얼리즘의 환영성과 그에 대항하여 등장한 자기반영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러한 작업에서 얻은 이론을 근거로 지금부터는 『돈키 호테』안에서 나타나고 있는 자기반영성을 찾아보려고 한다. 자기반영성이 이 론으로서 그리고 소설의 작법으로서 논의되고 의식적으로 사용된 것이 모더니 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이지만, 앞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그것이 자기반 영성이 이 시대에 등장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소설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돈키호테』에서는 자기반영성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알 아보도록 하겠다. 최초의 근대소설로서 『돈키호테』에는 리얼리즘의 이론적 속성, 즉 실재의 재현과 동시에 그 안에 내포된 재현의 불가능성으로서의 환영성을 내포하고 있다. 『돈키호테』는 마치 소설의 진화에 있어 시작과 종말을 예언하는 것처 럼 리얼리즘과 반리얼리즘의 모순적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본 논문에서 이러한 『돈키호테』의 자기반영적 성격을 세 가지로 분류하여 분석할 것이다. ‘1. 기사소설과 『돈키호테』의 탄생’에서는 소설 『돈키호 테』와 기사소설 사이의 패러디적 관계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리얼리티의 재현이 아닌 텍스트의 재현인 패러디는 지극히 자기반영적 모습이다. 세르반 테스는 이런 패러디를 이용해 『돈키호테』를 창조해가고 있다. ‘2. 나르시시 즘적 소설로서의 『돈키호테』’에서는 상호텍스트성과 메타픽션적인 모습을 찾아볼 것이다. 『돈키호테』속에서 세르반테스는 많은 작품들을 등장시키고 비평하면서 상호텍스트성을 보여주고, 작품의 생산과정 자체를 이야기에 포함 시켜 『돈키호테』의 메타픽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 독자와 작가의 대화’에서는 세르반테스가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돈키호테』의 독자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찾아볼 것이다. 이러한 작가와 독자의 대화는 단순한 의사의 전달을 넘어서 내러티브의 차단을 가져옴으로써 독자들이 갖는 환영성을 깨뜨 - 43 - 리고 있는 것이다. 1. 기사소설과 돈키호테의 탄생 고대에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음유시인들이 떠돌아다니면서 들 려주는 영웅들의 모험담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환상적인 모험과, 전투 그 리고 사랑이야기는 사람들을 매혹하기에 충분했고, 더구나 그 이야기들이 역 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다는, 실재하는 이야기라는 것에 사람들은 더욱 흥분했 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실화’라는 것에 사람들은 더욱 관심을 갖기 마련인 것 이다. 음유시인의 입으로 전달되던 영웅들에 대한 서사시는 인쇄가 발달함에 따라 기사소설로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기사소설은 11세기 아서왕 과 그의 기사들에 대한 브리타니아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5세기 동안 중세 유 럽의 중요한 서사적 테마로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판본을 생산하였는데, 이베리아 지역에는 14세기에 이르러 전파된다.65) 기사소설이 스페인의 고유 한 문학 장르를 형성한 것은 아니지만, 스페인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14세 기에 프랑스 등 다른 유럽지역에서는 기사소설이 나오지 조차 않았는데, 스페 인에서는 16세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읽는 수많은 기사 소설이 생겨났다.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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