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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의 모방과 재현의 리얼리즘 시대에 대한 의문 본문

스페인어문학, 올라!

실재의 모방과 재현의 리얼리즘 시대에 대한 의문

③㎍ 2020. 9. 2. 11:00

리얼리즘 시대를 지나오면서 일군의 예술가들은 리얼리즘이 강조한 사회, 즉 실재의 모방과 재현이라는 것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리얼리즘은 작가들로 하여금 인간은 사회를 떠나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작품 역시 그 안에 우리의 모습인 사회 속의 개인을 그려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 러나 시대가 변해가면서 많은 작가들은 과연 작품 속에서 리얼리티를 완벽하 게 재현할 수 있을 지, 그리고 문학작품이, 특히 소설이 반드시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그려야만 하는 가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렇게 리얼리즘에서 벗어 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인해 모더니즘이 등장한 것이다. 모더니스트들은 인 간과 사회의 관계를 모방하는 것에서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대신 모더니즘 작가들은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 내러티브를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독 자에게 환영성을 부여하기 위한 내러티브가 아닌 오히려 그 환영성을 깨뜨리 기 위한 내러티브를 창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자기반영성이 자신만의 타이틀을 걸고 본격적으로 이론이 정립되고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모더니즘 이후 포스트모더 니즘 시대부터이다. 일부 포스트모더니스트 학자들은 모더니즘 역시 리얼리즘 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회와 인간의 관계에서 인 간의 내면으로 그 모방의 대상은 달라졌으나, 모방과 재현이라는 방법은 같다 41) 김성곤, 『포스트모던 소설과 비평』, 열음사, 1993, 329-330쪽에서 재인용 - 28 - 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모더니즘의 시기부터 리얼리즘의 환영성을 깨고자 개인의 의식 을 따라 내러티브를 창조하거나 의도적으로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장치 를 설정하는 등 자기반영적 성격이 확연히 작품 속에 드러난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리얼리즘에서 벗어나고자 모더니즘과 함께 작품의 전면에 등장하여 조 명받기 시작한 자기반영성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과 더불어 20세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문예사조의 이론으로 등장하고 연구되었던 것이다. 이 장에서는 바로 이 자기반영성, 그 중에서도 소설의 자기반영성이 무엇인 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2.1. 자기반영성의 용어와 개념들 자기반영성은 말 그대로 스스로를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설에 서의 자기반영성은 소설 안에 소설의 모습이 여러 가지 기법을 통해 반영되는 것이다. 로버트 스탬은 자기반영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자기반영성’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reflexio/reflectere("되돌 아보다“)에서 파생하였으며, 철학과 심리학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이들 분야에서 ‘자기반영성’은 인식 과정의 주체 및 객체 모두로서의 정신 능력을 나타냈다. 가령 소크라테스의 말 ‘너 자신을 알라’는 문법적, 철학적으로 자기반영성을 지닌 다. 또한 데카르트의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경우에는, 의식의 회의적 관찰 - 즉, 의식이 스스로의 의식 작용을 지켜보는 일 - 이 인식론의 관건을 이 - 29 - 룬다. 존 로크 John Loke는 『오성론 On Understanding』 (1690)에서 반성(자기반영성)을 정의하기를, 정신이 스스로의 작용에 관해, 그리고 그러한 작용의 성격에 관해 가지는 지식 이라고 하였다. 자기 반영적 사고의 또 다른 원류는 문학 및 문학에 대한 성찰 속에서 발견된다. 『순진하고 감상적인 시에 관해 On Naive and Sentimental Poetry』(1795)에서 프리드 리히 실러 Friedrich Schiller는 순진하면서 즉흥적인 시와 ’반 어적인‘ 시를 구분하였다. 후자의 시에서는 시인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해 가지는 자각이 시 기법의 일부를 이룬다.42) 자기반영성은 자신을 거울에 투영하여 보되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머 릿속에 인식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자기반영성은 문학, 예술 이외의 방면에서 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근접하고 찾기 쉬운 예가 스페인어 문법에서의 재귀 동사(verbo reflexivo)이다. 재귀동사는 일반 동사에 재귀대명사 ‘se'를 붙임 으로써 그 동사의 행위가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의미를 지녀 ‘자신이 ~하 다’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그 예를 동사 “내 이름은 이사벨이다. Me llamo Isabel."에서의 llamarse 동사와 같은 것이다. 일반동사 ‘llamar(부르다)’는 ‘se'가 붙음으로써 “나의 이름이 ~이다.”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곳 스스로의 존재를 자각하는 것으로 문학에서의 자기반영성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문학 작품이 스스로를 자각할 수 있는 능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리얼리즘 문학들은 그 주제의 대상이 문학의 외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모더니즘 시대에서부터 언어라는 변동성을 지닌 불완전한 도구로 리얼리티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 작가들이 그 시선을 본격적으로 문학의 내부로 돌려 문학이라는 매체 자체가 글쓰기의 주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들은 재현의 한계와 더불어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다는 창작의 한 계에도 이르렀다. 자기반영성을 주창하는 작가들은 독창성과 창조성은 신화에 42) 로버트 스탬, 앞의 책, 14쪽 - 30 - 지나지 않는다며 작가를 신 같은 초월적 존재로 보지도 않으며, 또한 문학 작 품을 신이 창조한 신성한 산물로 보지도 않는다. 문학작품이란 어디까지나 작 가라는 장인이 삶의 경험이라는 원자재로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만들어 낸 인공품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 여겼다.43) 이와 같은 사상을 바탕으로 포스트모더니즘 안에서 이론이 정립된 소설의 자기반영성은 그 용어만 해도 여러 가지로 파생된다. 용어에 대해 스탬은 다 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로버트 올터 Robert Alter의 용어인 ‘자의식적 소설 self-conscious fiction'은 인공물로서 소설의 지위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소설가들에게 적용된다. 패트리샤 워 Patricia Waugh와 린다 허치온 Linda Hutcheon의 용어 ’메 타픽션 metafiction'은 스스로의 내러티브 정체나 언어적 정 체에 대해 논평을 가하는 ‘소설에 관한 소설’을 말하며, ‘나르 시시즘적인 내러티브’는 이러한 텍스트적 자기 인식을 가리키 는 비유적인 형용어이다. 이런 맥락에서 ‘반환영주의 anti-liiusionism'는 플롯이나 등장인물 혹은 언어의 비현실성 을 표면에 드러냄으로써 의도적으로 현실 모사 전통에 반대 되는 입장을 취하는 소설 혹은 영화를 가리킨다. ‘자기 지시 성 self-referentiality'은 텍스트가 스스로를 가리키거나 지 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액자 구조화 mise-en-abyme'는 거울 속의 거울 반사가 끝없이 이어지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서 문학, 회화, 혹은 영화의 어떤 방식 을 의미한다. 즉, 그것은 한 구절, 한 부분, 혹은 한 시퀀스가 전체 텍스트 방식을 축약하여 실행해 보이는 방식을 말한 다.44) 43) 김욱동, 『포스트모더니즘』,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8, 62쪽 - 31 - 이렇게 자기반영적 소설들을 나타내는 많은 용어 중 특히 많이 사용되는 것 이 자의식적 소설과 메타픽션이다. 김욱동의 말을 빌면 자의식적 작가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이 어디까지나 허구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내거나, 허구와 그것이 재현하거나 표상하려는 실재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로버트 울터가 “쉽게 말해서 자의식적 소설이란 인공품으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체계적으로 과시함으로써 실재처럼 보이는 인공품과 실재 사이의 의심스런 관계를 탐색하 는 소설이다.”라고 못 박는다고 말하면서 자의식적 소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 다.45) 결국 자의식적 소설은 기존의 리얼리즘 소설들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 이음새를 감추어 숨기려 했던 인공성을 고의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현실과의 격차를 목격하게 해 환영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자 하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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