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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작가가 의도한 기호 본문
만약 독자가 패러디의 대상이 되는 작품에 익숙지 않아서 패러디를 통해 작가가 의도한 기호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더 이상 패러 디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고, 독자에게는 그냥 또 다른 하나의 텍스트로 서 머무르게 된다. 따라서 세르반테스는 기사소설이라는 최고의 인기를 오랜 기간 동안 누려왔던, 독자들에게 아주 익숙한 장르를 패러디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기사소설을 패러디한 것은 단순한 익숙함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기사소설 의 주인공들은 세르반테스가 청년기에 겪었던 희망과 영광의 상징들이다. 그 들은 정의롭고, 용맹하며 많은 전쟁에서 승리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황금시대 의 인물들이다. 그러나 『돈키호테』의 시대, 즉 세르반테스가 전쟁에서 돌아 와 다시 겪은 스페인 사회는 이런 영웅적 가치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 였다. 따라서 절망과 몰락의 세계 속에서 그러한 영웅적 가치는 코믹의 대상 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코믹하고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기사 돈 키호테는 비참해지고 희망을 잃어가는 스페인 사회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다. 그러나 또 다른 한 편으로 세르반테스는 그 영광의 시대를 그리워하고 있 다. 이렇게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면서 현 시대를 비판하고 잔존하는 영광의 흔적들을 비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sta imaginación me traía confuso y deseoso de saber real y verdaderamente toda la vida y milagros de nuestro famoso español don Quijote de la Mancha, luz y espejo de la caballería manchega, y el primero que en - 49 - nuestra edad y en estos tan calamitosos tiempos se puso al trabajo y ejercicio de las andantes armas, y al desfacer agravios, socorrer viudas, amparar doncellas, de aquellas que andaban con sus azotes y palafrenes, y con toda su virginidad a cuestas, de monte en monte y de valle en valle;(Ⅰ, p.141) 이러한 생각은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만차 지방의 기사도의 빛이자 거울인 우리의 유명한 스페인 돈 키호테 델 라 만차의 기적과 같은 진짜 삶을 알고자하는 욕망이 들게 했다. 그는 우 리의 시대, 불행한 이 시대에 편력기사의 일을 수행했던 첫 번 째 기사로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고 과부들을 구출하고 아가씨 들을 비호할 때 말을 타고 채찍을 휘두르며 순결을 등에 업고 산과 계곡을 누비며 다녔다. 그는 『돈키호테』2권에서도 현실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과거에 대한 그리 움을 드러내고 있다. sólo me fatigo por dar a entender al mundo en el error en que está en no renovar en sí el felicísimo tiempo donde campeaba la orden de la andante caballería. Pero no es merecedora la depravada edad nuestra de gozar tanto bien como el que gozaron las edades donde los andantes caballeros tomaron a su cargo y echaron sobre doncellas, el socorro de los huérfanos y pupilos, el castigo de los soberbios y el - 50 - premio de los humildes.73)(Ⅱ, p.28) 단지 내가 세상에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려는 것은 편력기사 의 법도가 세상을 돌아다니던 그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되돌 아갈 수 없다는 잘못에 있습니다. 그러나 편력기사들이 자신들 의 책임을 지고, 아가씨들과 고아들을 구출하고, 오만함에는 벌을 받고 겸손함에는 상을 받던 그 시대가 누리던 것 같은 것을 우리의 타락한 시대는 누릴 자격이 없습니다. 이러한 사회에 대한 실망감 속에서『돈키호테』의 주인공 돈 키호테는 자신 이 살아가는 사회와 자신이 이루려는 영웅적 서사시, 즉 로만세가 더 이상은 현실이 아닌 허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과거의 영광스 러운 기사의 모습을 모방, 즉 패러디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알려주고 있다. ¿Ya no te he dicho. -respondió don Quijote- que quiero imitar a Amadís, haciendo aquí d디 desesperado, del sandio y del furioso, por imitar juntamente al valiente don Roldán, cuando halló en una fuente las señales de que Angélica la Bella había cometido vileza con Medoro, de cuya pesadumbre se volvió loco, y arrancó los árboles, enturbió las aguas de las claras fuentes, mató pastores, destruyó ganados, abrasó chozas, derribó casas, arrastró yeguas y hizo otras cien mil 73) Miguel de Cervantes, Don Quijote de la Mancha, segunda parte, Ed. Juan Alcina Franch Editorial Bruguera, S. A. 1971. 이후 『돈키호테』2권에 대한 모든 작품 인용은 Juan Alcina Franch의 편집본에 근거한 것이다. 본문 번역은 모두 필자에 의한 것임을 밝힌다. - 51 - insolencias, dignas de eterno nombre y escritura? Y, puesto que yo no pienso imitar a Roldán, o Orlando, o Rotolando (que todos estos tres nombres tenía), parte por parte en todas las locuras que hizo, dijo y pensó, haré el bosquejo, como mejor pudiere, en las que me pareciere ser más esenciales. Y podrá ser que viniese a contentarme con sola la imitación de Amadís, que sin hacer locuras de daño, sino de lloros y sentimientos, alcanzó tanta fama como el que más.(Ⅰ, p.305)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여기에서 절망적이고 어리석고 분노에 찬 아마디스를 모방하고 싶다고 말이다. 그와 동시에 그 용감한 돈 롤랑(Don Roldán)도 흉내 내고 말이다. 미녀 앙 헬리카(Angélica)가 메도로(Medoro)와 저질렀던 비열한 짓의 표시를 한 샘에서 발견했을 때 그는 괴로움으로 미쳐버려 나 무들을 뿌리째 뽑아 버리고, 맑은 샘의 물을 흐리게 하고, 목 동들과 가축들을 죽이고, 집들을 불태우고, 파괴하고, 암말들 을 끌고 가는 등 자신의 이름이 영원히 남겨지고 그에 따른 기록이 남겨질 다른 수 만 가지의 무례한 짓들을 저질렀다. 나 는 롤랑 혹은 오를란도(Orlando) 혹은 로톨란도(Rotolando) (이 모두 그가 가졌던 이름이지.)가 행하고 말하고 생각했던 모든 광기를 모두 모방하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 는 내가 할 수 있는 한은,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 것들을 간단 히 그려내려 하는 것이지. 그러면 해를 입히는 광기를 저지르 지 않고 눈물과 감정으로만 최고의 명성을 얻은 아마디스를 모방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돈 키호테가 대답했 다. - 52 - Viva la memoria de Amadís, y sea imitado de don Quijote de la Mancha en todo lo que pudiere; del cual se dirá lo que del otro se dijo: que si no acabó grandes cosas, murió por acometellas; y si no soy desechado ni desdeñado de Dulcinea del Toboso, bástame, como ya he dicho, estar ausente della. Ea, pues, manos a la obra : venid a mi memoria cosas de Amadís, y enseñadme por dónde tengo de comenzar a imitaros. Mas ya sé que lo más que él hizo fue rezar y encomendarse a Dios; pero, ¿qué haré de rosario, que no le tengo?(Ⅰ, p.319) 아마디스의 기억이여 영원하라.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돈 키호테 델 라 만차가 모방하기를! 다른 이들에 대해 말하던 자들이 돈 키호테에 대해 말하게 되겠지. ‘만약 그가 위대한 일을 마치지 못했다면 그 일들을 행하다가 죽었다.’ 그 리고 만약 내가 둘시네아 델 토보소 아가씨에게 버림받고 경 멸당하지 않는다면, 이미 말했듯이 그녀와 떨어져 있는 것으로 도 충분하다. 자, 그럼 힘을 내서 시작해보자. 아마디스의 행 동들이여, 내 기억으로 와서 내가 어디서부터 그를 모방하기 시작해야하는지 알려다오. 그러나 그가 행한 것 중 최고는 신 께 기도를 올리고 스스로를 맡기는 것이다. 그런데, 묵주가 없 으니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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