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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즘적 소설로서의 돈키호테, 상호텍스트성과 메타픽션 본문
기사소설을 작품의 모티브로 세운 만큼 세르반테스 역시 이러한 방식을 차 용하고 있다. 그는 1권의 2부를 시작하면서 이 『돈키호테』가 다른 기사 소 설들과 마찬가지로 ‘발견된 필사본’임을 밝히고 있다. Pasó, pues, el hallarla en esta manera: Estando yo un día en el Alcaná de Toledo, llegó un muchacho a vender unos cartapacios y papeles viejos a un sedero; y como yo soy aficionado a leer, aunque 74) 로버트 스탬, 앞의 책, 201쪽 - 58 - sean los papeles rotos de las calles, llevado desta mi natural inclinación, tomé un cartapacio de los que el muchacho vendía, y vile con carácteres que conocí ser arábigos. Y pues quque aunque los conocía no los sabía leer, anduve mirando si parecía por allí morisco aljamiado que los leyese,… … Cuando yo oí decir 《Dulcinea del Toboso》, quedé atónito y suspenso, porque luego se me representó que aquellos cartapacios contenían la historia de don Quijote. Con esta imaginación, le di priesa que leyese el principio, y, haciéndolo ansí, volviendo de improviso el arábigo en castellano, dijo que decía : Historia de don Quijote de la Mancha, escrita por Cide Hamete Benengeli, historiador arábigo.(Ⅰ, pp.142-143) 이렇게 그 이야기를 찾아냈다. 어느 날 나는 알카나 데 톨레도에 있었는데, 잡기장과 오래 된 문서들을 팔기 위해 한 젊은이가 비단 장수에게 다가왔다. 읽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고 타고난 기호가 그러하여 심지어 길거리의 찢어진 종이까지도 읽을 정도였던 나는 젊은이가 팔 던 잡기장 중 하나를 골랐다. 그런데 그 글자들이 아랍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아랍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을 읽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것들을 읽을 수 있는 모리 스코인이 거기에 있을지 둘러보면서 다녔다.… … ‘둘시네아 델 토보소’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어리둥절 하여 멍해졌다. 왜냐하면 그 잡기장에 돈 키호테의 이야기가 들어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으로 나는 그에게 처 음 부분을 읽으라고 재촉했다. 그러자 그는 즉석에서 아랍어를 - 59 - 스페인어로 옮겨주면서 이렇게 쓰여 있다고 말했다. 『아랍 역 사학자 시데 아메테 베넹헬리에 의해 쓰인 돈 키호테 델 라 만차의 이야기』 ‘발견된 필사본’으로서 기사소설로서의 자격을 부여받고, 당시 사회의 기준 으로 보기엔 광기에 휩싸인 것이나, 이전 시대의 기준으로는 합당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 돈 키호테의 모습을 통해 기사소설을 패러디함으로써 세르반테스 는 자신의 소설 안에서 ‘기사소설’이라는 장르를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만들 어 가고 있는 것이다. 2. 나르시시즘적 소설로서의 『돈키호테』 필자는 앞서 자기반영성 이론에서 상호텍스트성과 메타픽션에 대해 살펴보 았는데 이 두 가지 특성이 많이 언급되는 이유는 다른 여러 가지 장치에 앞서 소설 안에서 소설이라는 매체를 직접 다룸으로써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냇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 여다보는 나르시스처럼 소설 속에서 소설이라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바라 보고 있는 것이 상호텍스트성과 메타픽션인 것이다. 이와 같이 소설이라는 문 학 장르 자체를 소재로 삼는 상호텍스트성과 작품의 생산과정을 보여주는 메 타픽션적인 면이 모두 『돈키호테』에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돈키호테』의 자기반영성을 살펴보고자 하는 필자는 이 작품의 이런 나르시시즘적 모습을 살펴보았다. 로버트 스탬은 상호텍스트성과 메타픽션과 같은 자기반영성의 전통이 세르 반테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은 계속해서 이어져 20세기 - 60 - 에 지드, 보르헤스 등의 작가에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돈키호테』가 기사소설의 패러디로 출발했다는 것 자체가 이 작품의 상호 텍스트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더해 세르반테 스는 작품 내에서도 많은 부분에 걸쳐 기사소설과 시, 연극 등 다양한 분야의 문학 작품에 대한 비평을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는 재현해야 할 사회가 아닌 텍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텍스트 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러한 비평을 통해 그 작품 혹은 문학 장르에 대해 세르반테스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선 기사소설에 의해 주인공이 광기에 휩싸이게 된다는 설정은 우리에게 기사소설에 대한 세르반테스의 태도를 보여준다. 환영으로 가득 찬 기사소설 은 절망적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결국 주인공을 광기로 몰아간 것이다. 그리고 돈 키호테를 이러한 광기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1부 6장에서 신부 와 이발사는 각종 기사소설들을 비평하여 재판을 한다. 그들은 몇 권의 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사소설들을 비판하면서 불에 태우기로 결정한다. 이 부분에서 소설에 대한 비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Y el primero que maese Nicolás le dio ne las manos fue Los cuatro de Amadís de Gaula, y dijo el cura: -Parece cosa de misterio ésta; porque, según he oído decir, este libro fue el primero de caballerías que se imprimió en España, y todos los demás han tomado principio y origen deste; así, me parece que, como a dogmatizador de una secta tan mala, le debemos, sin escusa alguna, condenar al fuego. -No, señor -dijo el barbero-; que también he oído decir que es el mejor de todos los libros que de este - 61 - género se han compuesto; y así, como a único en su arte, se debe perdonar. -Así es verdad -dijo el cura-, y por esa razón se le otorga la vida por ahora. Veamos esotro que está junto a él.(Ⅰ, pp.110-111) 니콜라스 선생이 그에게 처음 건넨 것은 『아마디스 데 가 울라 제 4권』이었고, 신부가 말했다. “이것은 수상하군요. 왜냐하면,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이 책은 스페인에서 인쇄된 최초의 기사소설로 모든 나머지 기사 소설들이 이것을 원전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내 생각 으로는, 그렇게 악한 분야의 거짓된 교리를 가르치는 것으로서 변명의 여지없이 불태우는 벌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자 이발사가 말했다. “아닙니다, 신부님. 저도 역시 들 었는데, 그 책은 여태껏 창작된 이 장르의 모든 책들 중에 으 뜸이라고 합니다. 그 예술성에 있어서 특출 나니 용서해 주어 야만 합니다.” 이에 신부가 말하길 “그 말이 맞습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으 로서는 살려두도록 하지요. 그 책과 함께 있는 다른 것들을 봅 시다.” 이렇게 기사소설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아마디스 데 가울라』를 칭송하면 서 다른 기사소설들을 비평하기 시작한다. 세르반테스는 『백기사 티란테』등 아주 소수의 기사소설만이 가치 있는 것이니 불태우지 말라고 하면서 이어 시 집으로도 그 시선을 옮겨 비평을 한다. - 62 - -Éstos -dijo el cura- no deben de ser de caballerías, sino de poesía. Y abriendo uno, vio que era La Diana, de Jorge de Montemayor, y dijo, creyendo que todos los demás eran del mesmo género: -Estos no merecen ser quemados, como los demás, porque no hacen ni harán el daño que los de caballerías han hecho; que son libros de entendimiento, sin perjuicio de tercero.(Ⅰ, pp.117-118) “이것은 기사소설이 아니라 시군요.” 신부가 말했다. 한 권을 펼쳐보니 호르헤 데 몬테마요르의 『라 디아나』였 다. 나머지 모든 책들이 이와 같은 장르라고 생각하고는 신부 가 말했다. “이것들을 다른 것들처럼 태워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기 사소설들이 끼친 것과 같은 해악을 끼치지도 않고, 앞으로도 그러하지 않을 테니까요. 도덕이나 좋은 관습을 해치지 않는 지성의 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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