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sos
자기반영성 작품과 의식 그리고 환영 본문
산수에냐에서 종소리가 울 리는 이 장면은 의심의 여지없이 이치에 전혀 맞지 않는 것이 오.” 이것을 들은 페드로 선생은 연주를 멈추고는 말했다. “돈 키호테 기사님, 쓸데없는 것에 신경 쓰지도 말고 거북스 럽게 사소한 것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지도 마세요. 천 가지 의 부적절함과 이치에 맞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찬 천여 개의 연극들이 언제나 상영되고 있지 않나요? 그럼에도 다들 아주 - 92 - 행복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박수 뿐 만 아니라 찬양까지 받지 않습니까? 계속하게, 젊은이. 말하게 놔두고. 나는 내 돈 자루 를 채울 테니. 태양이 가진 미립자들보다 더 많은 부적절함을 가졌다 해도 말이다.” 돈 키호테는 리얼리티를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해 관객의 환영을 깨뜨리는 작가의 실수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자신이 내러티브를 중간에 단절 시킴으로써 관객의 환영을 파괴하는 것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환영을 깨어버리는 차단의 기법은 작품 전반에 걸쳐 계속적으로 나타난다. 그는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 다음 장에서 앞 장의 내용이 이어진다는 언급을 한다. 리얼리즘 시대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소설이 장으로 구분되어 있음에 도 불구하고, 그 접합된 부위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장의 구분이 물리적으로 되어있지만 작가는 환영을 깨뜨리지 않으려고 의식하며 자연스럽게 매듭을 이 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자기반영성의 작품들은 그러한 매듭을 의식적으로 드러낸다. 2부 9장에서 돈 키호테와 비스카야인의 전투를 이어 이 야기하면서도 처음부터 앞서 중단되었던 1부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독자들에 게 내러티브의 단절을 상기시킨다. Dejamos en la primera parte desta historia al valeroso vizcaíno y al famoso don Quijote con las espadas altas y desnudas, en guisa de descargar dos furibundos fendientes,(Ⅰ, p.139) 우리는 용감한 비스카야 인과 유명한 돈 키호테가 분노에 차서 서로를 두 조각으로 가르려고 긴 칼을 빼어들고 치려는 이 이야기의 첫 번째 부분에서 멈추었었다. - 93 - 이야기가 단절되지 않는 부분에서도 세르반테스는 다음 장으로 넘어가겠다 는 언급을 하여 독자들이 읽고 있는 이야기가 자신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Mas no le avino como él pensaba, según se cuenta en el discurso desta verdadera historia, dando aquí fin la segunda parte.(Ⅰ, p.189) 그런데 이 진짜 이야기의 내용에 의하면 그가 생각했던 것 과 같은 일이 그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서 2부는 끝이 난 다. Yéndose, pues poco a poco, porque el dolor de las quijadas de don Quijote no le dejaba sosegar ni atender a darse priesa, quiso Sancho entretenelle y divertille diciéndole alguna cosa, y entre otras que le dijo, fue lo que se dirá en el siguiente capítulo.(Ⅰ, p.228) 그들은 조금씩 갔는데, 돈 키호테 턱뼈의 통증이 그를 평온 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서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산초는 다른 것을 이야기해서 돈 키호테를 즐겁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가 말했던 다른 이야기들 중에 하나가 다음 장에서 이야기 될 것 이었다. - 94 - 관습적인 장의 구분에 익숙한 독자들은 굳이 작가가 다음 장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고 말해주지 않아도 그 연결됨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결 을 고의적으로 이야기해 줌으로써 오히려 그 연결성에 금이 가게 만드는 것이 다. 세르반테스의 이러한 고의적 이야기의 단절은 작품의 전반에 계속적으로 나타난다. dijo Sancho, viendo que el prado donde estaban estaba colmado de verde y menuda yerba, lo que se dirá en el siguiente capítulo.(Ⅰ, p.236) 산초는 자신들이 있던 초원이 푸르고 작은 풀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는 다음 장에서 이야기될 것을 말했다. Y alzando los ojos, vio lo que se dirá en el siguinte capítulo.(Ⅰ, p.265) 그는 눈을 위로 올려 다음 장에서 이야기 될 것을 보았다. En resolución, el primero que habló después del abrazamiento fue el Roto, y dijo lo que se dirá adelante. (Ⅰ, p.290) 결국 포옹 후에 먼저 말을 한 자는 누더기를 걸친 자였고, 그는 앞으로 이야기 될 것을 말했다. - 95 - 이러한 방법을 스탬은 영화에서 ‘자막’을 넣는 것과 같다고 말하고 있다. 이 렇게 중간 자막 같은 삽입을 함으로써 소설의 연속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조롱 하며 소설의 접합부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81) 그런데 세르반테스는 내러티브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단절시키는 것만으로 차단을 하지 않고 더 나아가 작가가 직접 독자에게 읽어 가야 할 방향을 제시 한다. 직접 독자에게 말을 걸어 의식의 방향을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자 연스러운 방향 전환으로 독자의 의식이 이야기의 배경을 따라 흐르게 하는 리 얼리즘 소설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것이다. 1권 25장에서 시에라 모레나에서 돈 키호테는 고행을 자처하며 남게 되고, 산초 판사는 돈 키호테가 둘시네아에게 보내는 편지를 들고서 길을 나설 때 작가는 독자에게 말을 건다. Y así, le dejamos ir su camino, hasta la vuelta, que fue breve.(Ⅰ, p.318) 이렇게 그가 돌아올 때까지 그의 길을 가게 둡시다. 그 길을 짧았으니. 이 뒤에 바로 이어 26장의 시작 부분에 작가는 독자들이 시선을 돌려야할 방향을 알려준다. 앞 장에서 산초 판사를 따라 나섰던 독자의 의식은 다시 돈 키호테의 고행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Y volviendo a contar lo que hizo el de la Triste Figura después que se vio solo, dice la historia que, así como 81) 로버트 스탬, 앞의 책, 213쪽 - 96 - don Quijote acabó de dar las tumbas o vueltas de medio abajo desnudo y de medio arriba vestido, y que vio que Sancho se había ido, sin querer aguardar a ver más sandeces, se subió sobre una punta de una alta peña, y allí tornó a pensar lo que otras muchas veces había pensado, sin haberse jamás resuelto en ello;(Ⅰ, p.318) 후에 홀로 남겨졌던 슬픈 몰골의 기사가 했던 일에 대한 이 야기로 돌아가면 이렇다. 그렇게 돈 키호테는 하의는 벗고 상 의만 입은 채 제비돌기를 했고, 산초가 더 이상의 바보짓들을 보고 싶지 않아 가버린 것을 보자 높은 바위 위에 올라가서는 여러 번 생각했으나 결코 결론을 낸 적이 없는 문제에 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음 장에서 산초가 떠난 뒤 돈 키호테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 일부 러 작가의 목소리로 직접 독자에게 ‘이제부터는 다시 돈 키호테의 이야기로 돌아가자.’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Y será bien dejalle envuelto entre sus suspiros y versos, por contar lo que le avino a Sancho Panza en su mandadería;(Ⅰ, p.321) 자신의 임무를 맡은 산초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자신 의 한숨과 시 속에 돈 키호테가 빠져있게 두는 것을 좋을 것 이다. - 97 - 자신의 의지대로 독자들을 돈 키호테에게로 이끌었던 작가는 다시 한 번 자 신의 의지를 따라 독자를 산초 판사에게로 이끌어 간다. 이렇게 독자들은 인 공물의 창조자이자 주인인 작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독자들이 읽고 있는 『돈키호테』의 세르반테스의 인공적 창조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가가 독자의 의식을 전환하고자 직접 말을 건네는 장면은 계속해 서 등장한다. 1권 44장에서 돈 키호테와 일행이 머무는 객줏집에서 투숙객과 객줏집 주인이 실랑이 끝에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돈 키호테가 이를 말리지 않자 작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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